삶의 등불이 되어준 불교와 무속

삶의 등불이 되어준 불교와 무속

 

 

삶의 등불이 되어준 불교와 무속 불교와 무속은 오랜 역사를 함께 하면서 생활 곳곳에 자리 잡았고,  우리의 문화유산 상당 부분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인류의 고귀한 유산으로 인정된 해인사 팔만대장경,  강릉단오제,  석굴암이 가지고 있는 높은 가치는 우리나라를 넘어서서 세계에 감동을 주고 있다.  그래서인가, 사람들은 점을 보고 사주를 짚어보고, 궁합을 따지는 것을 하나의 재미로 인식한다.

 

 

 

1. 충북 단양군 대강면 성금리 서낭당   2. 충남 태안군 안면읍 황도리 당제에서 제물을 나누기 위해 굽는 모습

3. 부처님께 간절하게 기원하기  사진 홍태한

사진설명

사진1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성금리 마을 입구에는 지금도 서낭당이 있다.  지나가는 이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원을 빈다.  저만치 서낭당이 보이면 마을에 가까이 왔음을 알고 편안함을 느낀다.

 

사진2 ,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황도리에서 마을 굿이 열리고 제물로 소를 잡아 올렸다.  제단에 올렸던 꼬치고기를 숯불에 구워 나눠 먹는다.  남녀노소, 종교를 가리지 않고 음식을 나누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사진3 , 부처님 오신 날에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성당에 걸린다.  이에 화합하듯 성탄절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절 입구에 걸린다.  부처님 오신 날, 예수님 오신 날, 단군 오신 날이 모두 국경일 이어서 종교를 넘어서서 모든 이들이 의미를 되새긴다.

 

이러한 풍경들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국가나 시도 무형문화재로 연등회·수륙재·생전예수재와 같은 불교 의례,  서울새남굿· 진도씻김굿· 동해안별신굿과 같은 무속문화, 산신제·당산제와 같은 마을신앙이 고루 지정되어 있고,  이러한 풍경이 익숙하게 보이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종교를 넘어서서 우리의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불교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람들의 심상을 지배하는 중요한 이념이 되었다. 전국에 산재한 사찰로 가는 것이 주요 여행 코스가 되었고, 템플스테이라는 불교의 체험 활동은 종교를 넘어서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된 지 오래다. 불교는 우리의 전통을 기꺼이 수용하여 사찰마다 산신각을 지어 해당 지역의 신령을 대우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큰 굿인 새남굿에서는 무당과 스님이 결합하여 망자를 천도하는 의식을 거행하고, 그 다채로운 형식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국가무형문화재 제104호로까지 지정되었다. 즉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무속을, 불교가 종교적으로 포용하여 하나의 고유한 문화 흐름을 이뤄낸 결과이다.

 

 

 

01. 해남 씻김굿 ⓒ문화유산채널 사진.김태욱                                   02. 진관사국행수륙재보존회 ⓒ문화재청

 

무속문화의 다채로움

우리나라는 무속문화가 참으로 다채로운 곳이다. 지역적인 특성을 다양하게 보여주어 서울굿, 경기굿, 호남굿, 동해안굿, 남해안굿, 제주굿이 서로 다를 정도로 굿거리 구성, 상을 차려 올리는 제단 진설의 방식, 음악과 춤의 형태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울 경기 지역의 무당굿이 격렬한 타악기 반주에 맞춰 역동적인 춤을 추면서 신령의 위엄을 드러내고 공수(신령이 인간에게 내리는 말씀)를 통해 소원이 이뤄지기를 알리는 반면,  호남의 무당굿은 피리와 아쟁의 선율에 맞춰 소박한 몸놀림으로 춤을 추면서 유장한 판소리조의 소리로 바라는 바를 신에게 아뢴다.  인간의 기원이 신령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행하는 의례를 ‘굿’이라 한다면 두 지역의 굿 양상은 사뭇 다른 셈이다.  한쪽에서는 격렬하고 역동적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우아하고 예술적으로 기원을 하고 있어 과연 신령들은 어느 쪽 굿에 더 감응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두 굿의 바닥에는 간절한 기원에 대한 열망과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 깔려있어, 결국 굿의 형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기원의 달성을 가져옴을 보여준다.

 

망자천도굿의 경우 서울지역에는 화려한 복색을 갖춘 무당의 뒤를 따라 망자가 저승으로 가고있음을 보여주는 저승길의 재현에 중심을 둔다면,  호남지역에서는 소박한 도구로 망자의 몸을 씻어 정결하게 만들어 저승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중심을 두어 표현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두 굿 모두 망자가 탈 없이 저승으로 가야 이승에 남은 가족들이 평안할 수 있음을 전달하는 점에서는 의미가 같다.  저승길의 재현이건,  망자를 깨끗하게 씻기건 이승에 남은 가족들은 그저 망자가 편안하게 저승으로 가기를 간절하게 바랐고,  표현 방식만 달랐을 뿐이다.  굿의 모습은 다르지만,  모든 신령이 인간을 도와주고 있다는것,  개인의 소망을 직접적으로 들어주는 신령이 존재한다는 것,  망자가 모든 한을 떨치고 저승으로 무탈하게 가도록 돕는 것이 이승에 남은 이들의 의무임을 알려주는 점에서 지역별로 존재하는 무속의 본질은 같다.

 

서울지역의 굿판에는 종교가 다른 이들이 여럿 온다.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생활에 헌신적인 이들도 여럿 있다.  이들이 무당을 만나고 굿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도 있겠지만,  종교의례로 굿을 보지 않고 간절한 마음이 깃든 전통문화로 굿을 바라본다면 이들의 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서당 마을을 수호하는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모셔 놓은 신당(神堂)

 

불교 의례의 소중함

불교의 주요한 행사인 수륙재의 경우 서울의 진관사수륙재,  강원도 동해의 삼화사수륙재,  경남 창원의 백운사 아랫녘수륙재가 각각 국가무형문화재가 되었다.  이것은 지역별로 존재하는 불교의례의 다양성을 포괄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교 의례가 지역별로 이미 든든한 문화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수륙재가 열리는 2~3일의 기간은 해당 사찰을 중심으로 한 축제의 장이 되어 종교와 관계없이 자신의 소망을 기원한다.  수륙재가 ‘모든 영가를 천도하는 의식’임을 표방하고 있어 수륙재에 참가한 이들은 자신의 조상을 포함한 모든 영가가 무탈하게 극락왕생하기를 비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가 단순한 종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찰이 가지고 있는 국민 관광지로서의 가치, 힐링을 추구하는 현대인들 열망과의 접속, 우리 전통문화의 산실로 독자적인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종교로 부처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 구성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불교에서 시작된 사십구재가 지금은 종교를 넘어서서 대표적인 상장례 의식이 된 것도 같은 흐름의 결과이다.  49일간 마음을 모아 가족의 천도를 기원하는 그 마음은 종교적 심상이 아닌 인간 보편의 심상이고,  49일이라는 기간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적합한 시간이어서 모든 이들이 사십구재에 주목하는 것이다.

 

서낭당에 담긴 마음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서낭당은 마을의 상징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님이 있어 마을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객지에 나간 자식이 탈 없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은 서낭당을 지날 때마다 정성을 드리게 하였고,  외지에 나갔던 이들은 서낭당을 지나면서 하루의 평안을 빌었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날을 가리고 골라 정성을 드렸는데 이를 일러 마을신앙이라 하기도 하고 마을지킴이 또는 서낭신앙이라고도 한다.  욕심 없는 사람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고난을 숙명으로 알고 받아들여 자신들을 묵묵히 바라보면서 지켜주는 서낭님에게 간절하게 무탈함을 기원했다.  그저 하루 모여서 제단을 설치하고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올려 탈 없이 살기를 바랐을 뿐 세상이 경천동지 하거나 하루아침에 부자 되기를 소망한 것은 아니었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북어 한 마리를 상에 올려 마음이평안해지기를 바랐을 뿐이다.  소박하게 차리고 지금의 생활은 고달프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그 마음,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찾아야 할 마음이다.  무속과 불교는 하나의 종교현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문화의 중추가 된 지 오래여서 민족문화에 빛나는 찬란한 유산들로 남아있으며 우리 마음속에 간절함과 희망의 등불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글. 홍태한(문화재청 무형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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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