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비밀을 읽다

그중 가장 획기적인 발전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X-ray의 발견이다.

문화재의 비밀을 읽다

 문화재가 어떤 물질로,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관찰하고, 이를 어떠한 방법으로 보존해 갈 것인가를 연구할 때 눈으로 보이는 표면 정보만으로 적절한 해답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19세기 초부터는 문화재 조사에 자연과학적 방법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 당대의 최신 자연과학적 연구 성과와 발달된 과학기술을 응용하여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그중 가장 획기적인 발전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X-ray의 발견이다. 비파괴, 비접촉의 조사를 요구하는 문화재의 구조 분석과 상태 진단 분야에 있어 일정 물질을 투과하는 성질을 가진 X-ray를 이용한 광학조사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문화재 내부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 나가기 위한 매우 유용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서산 개심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2D사진, X-Ray 영상, 3D-CT 목조 원형, 3D-CT 단면 영상, 3D-CT

             불두 부재) ©문화재청(중요동산문화재(불상) 기록화 사업)

비파괴, 비접촉 문화재 조사 X-ray, CT로의 진화

X-ray는 1895년 11월에 빌헬름 뢴트겐(Wilhelm Conrad Rntgen)이 발견한 1pm~10nm 정도 파장대에 속한 전자파이다. X-ray의 발견은 현대물리학의 새 시대를 열었으며, 해부하지 않고 인체 내부를 관찰하게 되어 진단의학의 혁명을 일으켰다. 이뿐만 아니라 예술품 조사에 적용하여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구조와 기법, 상태 등을 알아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사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X-ray를 한 방향에서 조사(照射)하는 종래의 방법은 투시된 물상이 겹쳐진 채 2차원 평면에 나타나므로 3차원의 입체물 구조 조사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또한 X-ray 발생장치와 촬영대상물, 검출기(Detector) 간의 거리에 따라 투시영상에 왜곡이 발생하고, 대형의 피사체는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촬영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X-ray 검출기는 필름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발전되었지만, 이와 같은 제약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후 X-ray를 이용한 조사는 1972년에 고드프리 하운스필드(Sir Godfrey Newbold Hounsfield)와 앨런 코맥(Allan McLeod Cormack)이 발달된 컴퓨터 기술과 융합시켜 단면 촬영된 영상을 컴퓨터가 입체영상으로 재구성하는 X-ray CT 스캐너를 개발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X-ray 조사와 X-ray CT(Computed Tomography) 조사는 물체를 투과하는 성질을 가진 X선을 검사 대상에 투사하여 내부를 관찰하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종래의 X-ray 투과촬영은 한 방향에서 X-ray를 검사 대상에 투사하여 필름 또는 디지털 검출기를 사용하여 파악하는 것과 달리 X-ray CT는 360° 전 방향에서 촬영하고 반도체소자(검출기)를 사용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X-ray CT 측정 원리는 동일 단면에 대한 투과량을 여러 방향에서 구하기 위해 360° 전 방향에서 X선을 투과시켜 단면 촬영을 반복하면 투과율 차이에 따라 검출기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계산하여 디지털 데이터로 연속적인 단면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1회 촬영에서 얻어진 수백 장에서 수천 장의 단면 영상들을 컴퓨터에서 조합하여 삼차원 입체영상으로 구현시킨다. 이 기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의학계를 넘어 문화재 조사에 적용되었다.

                              남원 실상사 건칠아미타여래좌상과 건칠관음보살입상(2D사진, 3D-CT 영상)

                              ©(재)불교문화재연구소, 실상사(2016년 실상사 학술조사 보고서)


X-ray 3D-CT 조사로 밝혀낸 불상의 숨겨진 비밀

문화재 조사 초기에는 의료용 X-ray CT 스캐너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문화재 촬영에는 제한적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6년 일본 규슈국립박물관(九州國立博物館)에서는 문화재 조사용으로 개량한 대형 X-ray CT를 도입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X-ray CT를 활용하여 조사하고 있다.

원래, 문화재 조사용 대형 X-ray CT는 등신대의 불상, 그중에서도 건칠불상과 목조불상의 구조를 알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하였고, CT 도입 이전에는 1945년부터 X-ray를 통해 불상을 조사하였다. 불상은 표면에 하지(下地)와 칠(漆)을 올리고, 금박이나 채색 안료로 장엄한다. 이 층을 모두 제거하여야만 원형이 드러나기 때문에 해체 수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불상의 내부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물상(物象, 物像)이 겹쳐 나타나는 X-ray 영상만으로는 다수의 조각으로 제작된 목조불상의 부재 간 구분이 어렵고, 제작이 완성되면 제거되는 건칠불상의 원형도 알 수 없다.

이에 반해 X-ray CT 조사 자료는 왜곡 없는 투시 영상과 단면 영상(2차원 영상)을 다각도로 볼 수 있어 정확한 크기와 두께 측정, 재료의 구별이 가능하며, 3차원 영상으로 구현된 불상은 360° 전 방향에서 내부 형태와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 화면상에서 재질이 다른 부분은 필요한 층만 제거하여 영상을 가공하는 것이 가능하여 제작 당시의 불상 원형을 찾아낼 수 있는 등 대상물이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한번에 얻을 수 있다.

X-ray 3D-CT 조사를 통해 서산 개심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32개 이상의 크고 작은 부재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고려시대 제작된 불상의 특징 중 하나로 눈동자에 구슬을 감입한다는 사실도 밝혀내었다. 실상사 건칠아미타여래좌상 불 두 속의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지금은 각각 다른 전각에 봉안되어 있는 실상사 건칠아미타여래좌상과 건칠관음보살입상의 개금층 아래에 숨겨져 있던 원형을 확인함으로써 원래는 한 전각에 모시기 위해 삼존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밝혀 낸 것도 X-ray 3D-CT 조사의 성과이다.

또한 건칠불상의 제작기법은 시대에 따라 제작기법과 명칭이 변화하는데, 경주 기림사 건칠보살반가상 제작기법은 종래에 알려진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에 제작되어진 건칠불상과는 상이하고 명대 건칠 불상 제작기법과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 건칠 제작기법의 시대적 변천 양상을 확인하였다. 천안 각원사 소조보살좌상의 심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소조상의 심목 제작기법과는 달리, 싸릿대를 사용하여 흙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외엮기와 유사한 형태로 제작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는 희소성 높은 제작기법을 밝힐 수 있었던 것도 X-ray 3D-CT 조사의 힘이다.

X-ray 3D-CT 조사를 통해 제작기법이나 구조를 확인하는 것 외에도 문화재의 상태와 보수 부분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영덕 장육사 건칠보살좌상은 삼도 아랫부분에 손상을 입은 것을 확인하였으며, 경주 기림사 건칠보살반가상은 물리적 충격에 의해 목 부분이 손상되어 수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강릉 보현사 목조문 수보살좌상은 몸체와 무릎이 각각 다른 시기에 제작된 것을 밝혀 내1었다. 이와 같이 X-ray 3D-CT 데이터를 활용하면 문화재의 상태와 보수 부분의 크기와 위치를 입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수리 범위나 복원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원형 훼손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X-ray 3D-CT를 포함한 방사선 조사는 수리와 복원 작업 이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조사 항목이다.

                             02, 03, 04. 각원사 소조보살좌상(3D-CT 원형 영상과 불두, 불신 단면 영상)

                               ©(재)불교문화재연구소, 각원사(2023년 지정조사보고서)


X-ray 3D-CT를 이용한 문화재 조사와 활용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나 화재 등으로 문화재가 훼손되었을 때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구축된 자료가 필요하다. 이미지데이터 구축이라면 2D 촬영, 3D 스캐닝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이들 데이터만으로 겉모양이 똑같은 복제품 즉, 모형을 제작할 수 있지만, 문화재 제작에 관련된 무형적 산물의 복원은 불가능 하다. 문화재의 원형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재료와 형태 등과 같은 유형의 산물만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제작기법과 기술, 제작에 사용된 재료와 도구까지 유·무형의 산물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원형 훼손에 대비한 객관적 데이터 생성의 범주에는 유·무형의 모든 데이터를 포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X-ray 3D-CT 조사는 불상의 제작기법과 재료를 기록한 자료가 전해지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문화재를 해체하지 않고 내부구조와 제작기법, 재료 추정이 가능하며 짧은 조사 시간과 1회의 조사로 유의미한 정보를 풍부하게 얻어낼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조사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들어 X-ray CT를 이용하여 문화재 충해 조사, 수종 동정 등을 시도하고 있다. X-ray CT 영상을 통해 충해 상태와 범위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되었고, 동일 자료를 시간 간격을 두고 누차에 걸쳐 조사하여 생태 파악이 어렵던 문화재 해충의 활동 양상을 3차원적으로 검출하고 있다. X-ray CT 영상에 나타나는 목재의 나이테, 나뭇결[木理] 등을 관찰하고 수종별로 특유의 미묘한 밀도 차이를 통해 수종을 동정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에 주로 이용되는 광학현미경 사진과 실체 현미경 사진 등의 데이터를 심층 학습시킨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CT 영상에서 얻은 데이터로 목재의 「종(種)」을 동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실제 일본의 나라 고후쿠지 아수라상(奈良 興福寺 阿修羅像)의 심목은 편백나무, 삼나무, 오동나무의 세 종류가 사용된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X-ray CT는 대상물을 손상시키지 않는 비파괴 조사방법 중 다른 어떤 조사방법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울 만큼 정확성이 높고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으며, 그 활용범위 또한 앞으로의 과학기술 발전과 관련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더욱 넓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X-ray CT는 대상물을 손상시키지 않는 비파괴 조사방법 중 다른 어떤 조사방법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울 만큼 정확성이 높고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글, 사진. 정지연(불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 보존활용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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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