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

1971년 7월 8일은 한국 고고학사에 큰 전환을 맞이한 날이었다. 충남 공주의 송산에서 발굴된 백제 무령왕릉은 백제의 옛 무덤 중 유일하게 주인이 확인된 무덤이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 백제 장신구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다


                        01.무령왕 금제관식(국보) Ⓒ국립공주박물관


1971년 7월 8일은 한국 고고학사에 큰 전환을 맞이한 날이었다. 충남 공주의 송산에서 발굴된 백제 무령왕릉은 백제의 옛 무덤 중 유일하게 주인이 확인된 무덤이다. 주변의 다른 무덤과 다르게 도굴 되지 않은 채 발견된 유일한 무덤이다. 무덤 속에서 발견된 껴묻거리들은 당시의 백제 문화와 예술, 무덤 건축 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중에서도 관꾸미개와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다채로운 장신구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02.무령왕비가 착용했던 팔찌 Ⓒ국립공주박물관

                           03.무령왕 귀걸이 금 순도 Ⓒ국립공주박물관


왕과 왕비의 관에서 발견된 순도 높은 금제 장신구는 당시 백제 사회의 계급 구조와 문화적 특징을 새롭게 조명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점은 왕과 왕비의 관 안에서 발견된 장신구와 그렇지 않은 유물 간 금 함유량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무령왕릉 유물의 출토 위치와 성분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시신에 직접 착장되는 주요한 장신구인 관꾸미개, 귀걸이, 목걸이 등은 금 순도가 매우 높은 재료(금 함유량 99% 내외)를 사용했다. 특히 왕의 귀걸이 고리는 금 함유량이 99.8~99.9%로 거의 순금(24K)에 가깝다. 반면, 시신에 착장 되지 않은 부장품의 성격을 지닌 유물과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꾸미개는 상대적으로 금 순도가 낮은 재료(금 함유량 91~95%)를 사용했다. 이러한 결과는 동일한 금제 유물에서도 부장 위치나 용도에 따라 금 순도의 등급을 다르게 하여 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04.무령왕 귀걸이에 진사주(HgS) 성분의 붉은안료로 장식한 모습

                          05.무령왕 귀걸이에 장식한 곱은옥 세부

                          06.무령왕 금귀걸이(국보)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장신구는 순도 높은 금으로 제작한 것 뿐만 아니라 붉은색, 녹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을 활용하여 장식했다는 점에서 고구려, 신라와 차별화된 백제만의 특색을 보인다. 무령왕의 귀걸이는 소유자의 신분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백제 귀걸이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디자인과 제작 기술을 자랑한다.


금 함유량은 99.8~99.9%로, 당시의 귀걸이 중에서도 최고 순도를 보이고 있다. 순도 높은 금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귀걸이에는 붉은색 안료를 칠해 고귀함을 강조하고, 녹색의 곱은옥을 매달아 화려함을 더했다.

                          07.무령왕비 금귀걸이(국보)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비의 귀걸이는 섬세한 디자인과 다양한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데, 특히 두 쌍의 귀걸이가 돋보인다. 첫 번째 쌍은 고리 하나에 두 줄의 드림장식이 달려 있다. 반원 모양의 금판이 서로 맞붙여 고리를 형성하고, 내부는 비어 있어 무령왕 귀걸이에 비해 가볍다. 긴 드림장식, 유리 구슬, 달개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화려함을 더했다. 탄환 모양의 끝장식은 땜으로 접합되어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하였다. 다른 한 쌍은 두 줄의 드림장식이 달린 귀걸이 가운데 긴 드림장식 없이 한 줄의 드림장식에 녹색 유리구슬, 원형 달개, 펜촉 모양 장식이 달려 있다.

                      08.무령왕 흑옥 금테 목걸이    09.무령왕릉 출토 유리옥 Ⓒ국립공주박물관


왕의 허리띠 부근에서 발견된 흑옥으로 만든 금테 목걸이는 장신구의 미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흑옥은 신라, 가야 지역에서도 확인되지만 출토량이 많지 않은 반면 백제에서는 무령왕릉을 비롯하여 김포 운양동과 충남 서산 부장리, 부여 능산리 절터와 왕흥사터 등에서 출토됐다. 검은색 장식을 귀걸이와 목걸이 같은 장신구에 활용한 예는 백제가 유일하다.

백제는 다양한 색을 활용해 장신구에 특별함을 더했다. 주황색, 황색, 녹색, 청색, 적갈색 등 다양한 색으로 만든 유리옥은 무령왕과 왕비를 장식하는 데 더욱 화려함을 주었다. 3만 점이 넘는 유리옥 중 일부는 금동신발을 장식하거나 목걸이, 가슴걸이, 팔찌 같은 장식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금빛과 대비를 이루는 적(赤), 녹(綠), 청(靑), 흑(黑)색의 사용은 당시 백제인의 미감(美感)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로,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백제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다채로운 색상의 활용은 백제 문화의 미감을 돋보이게 했다.

백제는 고유한 문화와 예술적 특성을 갖춘 독특한 장신구를 제작하였다. 특히,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장신구는 백제를 다시 강대한 나라로 만들었던 무령왕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유물이다. 백제의 장신구는 단순한 유물을 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어보는 것과 함께, 그 당시 사회와 예술적 취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들이 전하는 미적 가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이 아름다운 장신구는 1,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글. 나선민(국립공주박물관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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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