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보물을 찾는 사람들 수중고고학자와 보물사냥꾼

바닷속 보물을 찾는 사람들 수중고고학자와 보물사냥꾼

 

바닷속 보물을 찾는 사람들 수중고고학자와 보물사냥꾼 난파선, 보물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보물을 찾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물을 위해 난파선을 찾는 보물사냥꾼과 고고학적 연구를 위해 난파선을 찾는 수중고고학자. 바닷속 난파선을 둘러싼 닮은 듯 다른 둘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1. 돛대를 인양하는 수중고고학자                           2.역사적 맥락을 알 수 있는 글자가 적힌 나무 조각

                                                                                                     (목간)이 수중고고학자에게는 금은보화보다 가치가 있다.

 

침몰선의 보물을 찾아 바다에 뛰어드는 보물사냥꾼

울릉도 근처에서 침몰한 러시아 군함인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인양한다는 내용이 방송되어 크게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배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러시아군이 울릉도 깊은 바다에 스스로 침몰시킨 배가 돈스코이호이다. 이 배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는 침몰 당시 영국의 소버린 금화를 약 200톤(현재 가치 약 150조 원) 싣고 있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보물 인양을 미끼로 투자자들의 돈을 노린 회사의 사기극으로 끝이 났다.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난 보물선 이슈. 하지만 실제로 보물선을 인양해 막대한 부를 얻은 사람도 있다. 미국의 멜피셔(Mel Fisher)는 플로리다 앞바다에 침몰한 옛 스페인의 보물선을 찾기 위해 16년 동안을 찾아 헤맨 끝에 아토차호(Nuestra senora de atoch, 1622년 침몰한 스페인 선박)를 발견했다. 약 40톤의 금괴와 은괴, 에메랄드 등의 보석 등을 인양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값어치는 약 4억 달러(약 5,000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후일 그의 이름을 딴 ‘멜피셔 박물관’이 세워져 금과 보석 등 다양한 보물의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

 

이렇게 값어치 있는 보물들이 매장되어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물사냥꾼(Treasure hunter)이라 부른다. 보물사냥꾼은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유물이나 매장문화재를 찾고 발굴한다는 점에서 도굴꾼과는 구분된다.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바닷속에 매장되어있는 유물을 찾는 보물사냥꾼. 하지만 이들 역시 바닷속에 매장되어 있는 유물을 찾는 수중고고학자와는 구분된다.

 

목적이 다른 수중고고학자와 보물사냥꾼

수중고고학자와 보물사냥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물속의 매장물을 찾아나서는 것은 같다. 하지만 이 둘은 결코 닿지 않을 평행선을 걷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 둘은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

 

그 차이를 알아보기에 앞서, 수중고고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자. 수중고고학자는 수중유적을 발굴하고 유물이나 유적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를 분석해 학술적으로 연구한다. 주로 바다속에 있는 유적, 난파선의 발굴을 다루기 때문에 흔히 수중고고학자하면 보물선을 발굴하는 모습으로 상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중고고학자의 일은 유물 인양만이 아니다. 유물의 발굴에 앞서 유물이 묻혀 있는 정황을 기록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며, 발견된 유물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의 분석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이나 문화상 등을 연구한다. 조사결과와 연구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국민과 공유하는 것도 수중고고학자가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전시를 통해 수중문화재를 만날 수 있지만, 전시만으로는 알 수 없는 수중문화재의 발견 당시의 상황을 세세하게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발굴조사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수중발굴조사 보고서는 연구소 누리집(www.seamuse.go.kr)에 디지털파일로(PDF) 공개하고 있다.

 

3. 울릉도 근처에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드리트리 돈스코이 호 Ⓒ뉴시스        4. 아토차호를 발견한 미국의 멜피셔, 그는 후에

                                                                   그의 이름을 따 박물관을 세웠다. Ⓒwww.coolkeywest.com/mel-fisher-museum

 

그렇다면 보물사냥꾼은 어떠할까? 수중고고학자들과 다르게 영리를 목적으로 보물을 찾는다. 그들은 대부분의 유물들을 단순히 ‘돈’으로, 즉 재화적 가치로 판단한다. 따라서 귀금속이나 골동품처럼 돈이 되는 것들을 원한다. 선체와 같이 돈이 되지 않는 유물들은 뒷전이 된다. 하지만 수중고고학자는 학술적인 목적을 가지고 유물을 찾는다. 유물(유적)의 흔적을 통해 당시 문화상이나 생활상을 연구하는데 목적이 있기에 유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더 가치를 둔다. 선체역시 선박사나 해양사 등 관련된 여러 분야에 대한 연구에 큰 도움이 되기에 가치를 따지기 힘든 소중한 유물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소장한 보물 제1783호 청자 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 및 죽찰, 보물 제1784호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및 죽찰이 있다. 이 매병들은 함께 발견된 목간과 죽찰을 통해 그 기능 및 용도, 명칭, 무신정권기 고려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역사성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렇게 역사적 맥락을 알 수 있는 글자가 적힌 나무 조각(목간)이나 돌덩이(닻돌)가 수중고고학자에게는 금괴나 보석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매장물을 인양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중고고학자는 고고학적인 맥락이 파괴되지 않도록, 발굴하는 과정과 매장되어 있던 상태를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보물사냥꾼은 최대한 시간과 돈을 절약하여 원하는 매장물을 빨리 인양하려 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보물사냥꾼에 의해 발견된 유적이 파괴되고, 고고학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앞서 이야기한 아토차호 역시 고고학적인 조사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아쉽게도 17세기의 침몰선 유적이 수중고고학자가 아닌 보물사냥꾼에게 먼저 발견되어 파괴된 것이다.

 

법으로 보호되는 한국의 매장문화재

다행히 우리나라는 매장물, 매장문화재에 대해 법적 보호조치*가 마련되어 있어, 허가를 받은 기관이 아니면 발굴할 수 없다. 허가 없이 함부로 유적을 건드리다가는 도굴범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수중보물사냥꾼의 활동이 불가능할까? 아니다. 보물사냥꾼 역시 신고를 통한 매장물(여기서는 문화재적인 가치가 없는 매장물로 판단된 경우에 한함)을 발굴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로 판단되는 유적이나 유물에 대한 발굴조사는 현재까지는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만 가능하다.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문화재청)’,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기획재정부)

 

05. 해양에서 발굴된 금괴 ⓒwww.coolkeywest.com/mel-fisher-museum 

06. 보물사냥꾼이 문화재를 발견해 신고한 충청남도 보령 원산도 유적      07. 보령 원산도에서 출토된 유물

08. 보물 제1784호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및 죽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한편, 보물사냥꾼이 문화재를 발견해 신고한 유적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충청남도 보령 원산도 유적이다. 수중보물을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던 사람이 해안가에 흩어져있던 도자기 파편을 발견하고 신고를 했다. 이렇게 문화재발견신고가 접수되면 탐사조사를 통해 발굴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발견신고지역에 대한 발굴조사(2004)를 진행해 13세기 최고급 청자파편 1,000여 점을 발굴했다.

 

바다의 역사에서 보물사냥꾼은 항상 존재해왔다. 이들은 물속에 잠겨있는 오래된 보물을 찾아 부를 얻기 위해서 잠수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인양한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시대상을 해석하고 연구하기 위해 수중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났다. 수중고고학이 탄생하고, 유물의 가치를 판단하고 해석하는 기준이 달라지며 수중고고학자와 수중보물사냥꾼으로 나눠지게 된 것이다. 수중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생기기 전에는 보물사냥꾼이라는 호칭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목적이 명확히 다른 보물사냥꾼과 수중고 고학자가 일반인들에게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글이 수중고고학자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출처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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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